ART SPACE KC
<안개의 무게 weight of the fog>
어느 날 나 자신을 촬영하였다. 혼자 타이머를 맞추고 촬영하기에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으로 화면 속에는 얼굴이 제외된 몸만 남아있었다. 그리고 얼굴이 사라진 몸은 낯선 이방인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. 때로는 그 신체가 그저 덩어리로 느껴지기도 했다. 그 때 그 몸은 어떤 경계 바깥에 있다고 느꼈다. 가장 가까운 존재라 믿었던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던 찰나의 경험은 불편한 생경함과 동시에 매혹적이었다.
화면 밖 촬영의 대상인 내가 있다. 그리고 사진 속 낯선 몸은 주체를 흔드는 대상이다. 그것은 이질적이며 불안정하다. 안정된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것을 위협하는 것들을 화면 속으로 추방시킨다. 그리고 그 곳으로 내몰린 덩어리들은 여전히 모호한 경계 주변에 남아있다. 추방된 것들은 계속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하고 주체는 그것들을 끊임없이 거부하는 과정에서 경계가 유지되며 오히려 주체는 이 위협을 통해 더 단단한 위치를 만든다.
여기서 회화를 통해 한번 더 신체를 변형시켜 화면 안과 밖의 신체를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를 한다. 먼저 작업 초기 단계에서 사진을 수백 번 반복하여 촬영한다. 그 과정을 거치며 주체는 처음과는 달리 사진의 대상-몸이라기보다는 사물의 역할-로 소비된다. 그리고 회화를 통해 부분이 끊기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며 주체는 점점 누구의 몸인지 알 수 없는 채로 남겨진다. 하지만 결국 주체와 화면 속 신체는 뒤엉켜 그것이 완벽히 명쾌하게 분리될 수 없는 시도였음을 알게 된다. 그리고 그 몸은 그 모호한 경계 어딘가에서 주체와 함께 정지한 순간으로 남는다. 그 과정에서 그 속에 내재되어있던 불안한 타자가 경계를 흐리며 드러나기 시작한다.